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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지금 부동산 시장은 ‘패닉바잉’, 불안감 느끼는 대중들

부동산 대책이 하루가 멀다고 쏟아져 나오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부동산 시장은 안정되지 않고 있어요. 전세는 미친 듯이 금액이 올라가거나, 아예 사라져 가고 있고, 집을 산다는 것은 이제 꿈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왜 이렇게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한 것일까요? 그 이유를 알아보았어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시장패닉’에 신음하고 있다. 부동산대책만 22번을 발표했던 노무현 정부 때보다 더 많은 부동산대책을 발표했지만, 지금 부동산 시장이 대중에게 비치는 모습은 ‘미친전세+패닉바잉=Stress’라는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그나마 조금 다행스러운 것은 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감과 장마철 영향이 겹치며 매수세가 다소 잦아드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눈 앞으로 다가온 가을 이사철을 생각하면 폭풍전야 같아서 벌써부터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다.

시장심리가 불안감을 느껴 가격에 관계없이 최대한 물량을 확보하려는 패닉바잉(Panic Buying, 공황구매)은 일반적으로 엄청난 거래량과 함께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다. 패닉바잉 상황은 다시 주택시장 불안정이 실수요자들의 매수 심리를 부추겨 매물이 더욱 부족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주택시장 불안정이 매수심리 부추겨

 

 

에코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에 의한 패닉바잉은 최근 부동산시장 혼란을 가중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지난 6월 서울시 25개 구 아파트 매매에서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6.13%에 이른다. 특히 성동구와 중구에서는 각각 52.9%, 52.0%를 차지해 전체 아파트 거래의 절반 이상을 2030세대가 담당했다.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25-39세 인구는 약 1100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만 600만명이 있다. 이들 중 절반 정도는 미혼이기에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를 위한 특별공급’의 지원대상이 아니다.

정부는 청년들의 청약 문턱을 낮춘다고 하지만 오히려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하는 원인이다. 가뜩이나 청약가점이 낮아 당첨 확률이 낮은데 특별공급이 늘어나다 보니 청약을 통한 수도권 내 집 마련은 ‘그림의 떡’이다. 청약제도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미혼 가구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부양가족(35점)과 무주택 기간(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을 합쳐 84점이 만점이다. 부양가족이 없는 미혼 1인 가구는 다른 조건을 100% 충족하더라도 54점(무주택 32점+가입기간 17점+부양가족 0명 5점)을 넘을 수 없다.

청약제도는 50여년전부터 유지되어온 제도이고 청약가 점제는 2007년에 제도개선을 통해 도입됐는데 2030세대는 왜 이 시점에 내집마련에 나선 것일까? 집값이 급등하는 시기에 패닉바잉을 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추론이 가능하겠지만, 정부의 영글지 않은 시장개입이 낳은 이상 현상이 아닐까 싶다.

 

정부는 집값이 오르자 핀셋규제를 했고, 핀셋규제를 피한 풍선효과가 다른 곳에서 나타나자, 이들 지역을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으로 규제했다. 다시 이러한 규제를 피한 곳에서 또 다른 풍선효과가 나타나자 수도권 및 일부 지방으로 규제지역이 확대됐다.

 

그러자 정부는 한발 나아가 비규제지역으로의 투기수요 유입 차단, 법인 매수 및 갭투자 방지, 서울과 수도권 내 개발 호재 관리, 종부세 세율인상,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 강화 등 짧은 지면으로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시장에 개입했다.

역대 최저수준의 금리와 3000조원이 넘는 풍부한 시중 유동성은 주택시장을 우상향으로 밀어 올렸다. 여기에 정부의 시장개입(LTV·DTI·DSR)으로 인해 대출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전세는 구할 수도 없어졌다. 여기에 정책실패의 영향으로 집값이 상승하는 악순환 속에 2030세대는 ‘지금이 아니면 평생 못산다’는 불안감이 전파됐다. 2030세대가 “영끌대출(영혼까지 끌어모아 받는 대출)”로 패닉바잉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다주택자들은 임대사업자 전환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매물잠김현상이 심화됐고 시장에 매물은 줄었다. 섣부른 정부 규제가 아파트 매매값과 전셋값을 오히려 밀어올리자 패닉바잉 현상을 더욱 부채질했다. 청약 가점이 낮은 2030세대는 비강남권 아파트를, 자금력이 있는 중장년층은 강남권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임대차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면서 2030세대의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임대차 수요가 매수시장으로 전환되는 현상은 뚜렷해진다.

패닉바잉이 가져올 수 있는 리스크는 주택경기가 하락기에 접어들 때 나타난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는 패닉바잉을 위해 과도하게 대출을 받아 내집마련을 했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주택 가격이 우하향하는 주택경기 하락기에 접어들면 대출 부담에 대처가 어려울 수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7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936조5000억원으로 한달 사이에 7조6000억원이나 늘었다. 신용대출의 증가는 정부가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며 대출규제에 나서자 규제 시행 전에 선제적으로 ‘패닉바잉’에 나선 여파와 전세가 상승으로 인한 전세자금 수요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

억눌린 수요는 자극이 왔을 때 민감하게 반응한다. 패닉바잉을 주저했던 무주택자는 3기 신도시와 새로 공급되는 서울시내의 공공주택 등 아파트 청약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성급한 주택 매수보다는 임대의 형태로 대기하는 수요다. 이들이 많아지면 전월세값이 오르게 된다.


연립·다세대주택 거래량도 급증


아무리 노력해도 청약가점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들은 더 늦기 전에 내집마련으로 선회하면서 지역 양극화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수요는 연립과 다세대주택 등 옮겨붙어 집값을 자극하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거래량은 7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연초대비 2배 수준이다. 시장 불안감이 부추긴 매수 심리가 대출규제와 아파트값 상승과 함께 연립·다세대주택에 풍선효과를 내는 것이다.

패닉바잉과 집값 폭등의 근본적인 이유는 구조적인 주택시장의 왜곡과 만성적인 공급 부족이다. 거기에 낮은 금리와 시중의 과잉유동성, 정부의 왜곡된 진단과 잘못된 정책도 한몫한다. 규제와 감독에 치중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에 충격을 줄 수는 있어도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한계를 간과하고 있다. 지금은 새로운 정책으로 시장을 왜곡하기보다는 정부정책의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때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글로벌 프롭테크 전공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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