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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 심장뿐만 아니라 ‘이것’도 위험하다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는 병이면서, 생각보다 많이 위험한 병이지만 은근히 귀찮다고 여기고 넘어가는 병이 있어요. 바로 고혈압이에요.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는 고혈압은 제대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심신(心腎) 증후군을 부르기도 한다고 해요. 혈압을 재서 수축기 120~139㎜Hg, 이완기 81~89㎜Hg 이상이면 치료 대상이니 바로 병원에 가보세요.

 

60대 고혈압 환자가 헬스장에서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으며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 사진:세브란스병원

 

우리나라 30대 이상 성인 4명 중 1명은 ‘이 병’을 앓는다. 65세 이상 고령층이 병원을 찾는 가장 큰 이유도 이 병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질병부담연구(GBD)에서는 비만과 흡연을 제치고 전 세계 사망 위험 요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흔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침묵의 살인자’, 바로 고혈압이다.

혈압은 혈관을 흐르는 혈액의 압력을 말한다. 심장이 혈액을 짜낼 때(수축기) 압력은 140㎜Hg 이상, 혈액을 받아들일 때(이완기) 압력은 90㎜Hg 이상일 때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문제는 혈관의 압력을 눈으로 보기 어렵고 심장·뇌 등 장기가 망가지지 않는 한 별다른 증상도 나타나지 않아 놓치기 쉽다는 점이다. 고혈압인데도 병원에서 진단조차 받지 않은 환자가 전체의 30%에 달하는 이유다.

고혈압은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건강을 무너뜨린다. 수축기 혈압이 120~139㎜Hg, 이완기 혈압이 81~89㎜Hg이면 고혈압 전 단계로 분류하는데, 이 시기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10년 내 30%가 고혈압으로 이행한다. 혈압이 높으면 혈액이 순환할 때마다 혈관 내벽에 상처가 난다. 이 부위에 노폐물이 쌓이면서 혈관이 좁아지고 혈전(피떡)이 생성돼 협심증·심근경색증·심부전증·동맥경화증·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질환으로 이어진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내과 손일석 교수는 “고혈압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심장에 부담이 커져 심장벽이 두꺼워지고, 이로 인해 심근경색을 포함한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악화할 위험이 커진다”며 “강한 혈압으로 혈관(동맥)이 손상되면서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혈압으로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면 콩팥도 함께 다친다. 심장과 콩팥은 혈압은 물론 전해질·체액량 등을 함께 조절하며 체내 순환을 책임진다.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온몸의 혈액순환이 나빠져 심장·콩팥이 한꺼번에 타격을 받는다. 두 장기가 동시에 망가지는 경우가 흔해 ‘심신(心腎)증후군’이라는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다.

심한 고혈압으로 콩팥이 손상되면 단백질이 소변으로 나오고 결국 만성신부전(만성 콩팥병)으로 진행해 평생 투석을 받으며 살아야 한다. 반대로 콩팥이 망가지면 염분·수분 등 혈액 내 노폐물이 쌓여 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으로 악화한다. 대한신장학회가 투석 치료를 받는 말기 신부전증 환자 5만19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가량은 콩팥이 아닌 심장 이상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고혈압 예방·관리의 첫걸음은 자신의 혈관 숫자, 즉 혈압 수치를 제대로 아는 것이다. 강동성심병원 심장혈관내과 이준희 교수는 “혈압이 오르면 혈관의 탄성이 떨어지고, 경직도가 증가해 고혈압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조기 진단을 통해 가급적 빨리 혈압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혈압도 ‘제대로’ 재야 한다. 나이·장소·시간·위치에 따라 혈압 수치와 위험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치료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거나, 반대로 측정치만 믿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우(愚)를 범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첫째, 나이가 들면 고혈압의 발생 양상이 달라진다. 70세 이상 고혈압 유병률(병을 앓는 환자 비율)은 70%로 성인 평균(28%)을 훌쩍 넘는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 전에 없던 고혈압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8년 기준)에 따르면 60대 이전 고혈압 유병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높지만, 70세 이상에서는 여성 유병률이 73.7%로 남성(65.2%)을 추월한다. 성별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준희 교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은 혈관을 확장해 고혈압을 예방하는데 폐경이 되면서 호르몬 분비가 감소해 여성 고혈압 환자가 급증하는 것”이라며 “50대 이후에는 남성은 물론 여성도 정기적으로 혈압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 고령 흡연자는 ‘가면 고혈압’ 주의하라

 

 

수축기·이완기 혈압 수치도 변화한다. 수축기 혈압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이완기 혈압은 50대 이후 되레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고혈압을 진단받은 뒤 이완기 혈압이 90㎜Hg 이하로 떨어지는 환자도 드물지 않다. 혈관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증 때문이다. 수축기에는 혈관이 늘어나고, 이완기에는 좁아져야 혈압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노화로 혈관의 탄성이 줄면 혈액의 압력을 충분히 흡수·유지하지 못하게 돼 두 혈압 차가 벌어진다.

나이 들어 이완기 혈압이 떨어졌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수축기 혈압이 높을수록, 맥압(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의 차이)이 커질수록 혈관이 더 딱딱해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준희 교수는 “이완기 혈압보다 수축기 혈압 상승이 심장·뇌 질환 발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또 맥압이 클수록 혈관이 받는 손상이 심해지는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측정 장소에 따라 혈압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 병원에서는 고혈압으로 진단받았는데 집에선 정상이거나, 원래 혈압이 높은데 병원에서 젤 땐 낮게 나오기도 한다. 전자를 ‘백의 고혈압’, 후자는 ‘가면 고혈압’이라 한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고혈압의 약물치료를 받는 환자 10명 중 1명 가량이 백의·가면 고혈압인 것으로 파악된다.

백의 고혈압은 하얀 가운(白衣)을 입은 의사를 만나면 긴장과 스트레스 때문에 혈압이 높게 측정되는 현상을 말한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사민 교수는 “백의 고혈압은 환자가 병원 환경에 익숙해진다 해도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며 “자칫 과잉 진료로 이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가면 고혈압은 이와는 정반대로 진료실에서 측정한 혈압은 정상인데 활동 시 혈압은 높은 상태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여성보다 남성·고령층·흡연자에게 더 자주 관찰된다. 쉽게 말해 의사가 놓친 고혈압으로 적절한 치료·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일반적인 고혈압이나 백의 고혈압과 비교해 환자 예후가 나쁜 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 1019명을 분석한 연구(미국 임상시험 [고혈압저널]) 결과 가면 고혈압 환자는 백의 고혈압 환자보다 심장 근육 손상 정도가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언제 혈압을 재는지도 중요하다. 혈압은 자율신경과 호르몬 변화 등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한다. 일반적으로 혈압은 기상 후 2시간까지 상승했다가 활동하는 낮에 유지되고, 밤에는 10~20% 떨어지는 ‘역 U자’ 곡선을 그린다. 야간에만 혈압을 재는 것으로는 고혈압 여부를 진단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주·야간 혈압을 모두 측정해 비교하면 고혈압을 정확히 진단할뿐더러 치료 효과도 높일 수 있다.

이준희 교수는 “주간 혈압과 야간 혈압 차이가 10% 미만이거나 오히려 야간에 혈압이 더 많이 상승하는 환자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발생 위험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더 높다”며 “자율신경계 이상 등으로 몸이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이 경우 아침에 먹던 약을 자기 전 복용하는 식으로 치료 계획을 바꿔야 한다.

마지막으로 양쪽 팔과 다리 혈압을 주기적으로 재는 것도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 왼팔과 오른팔의 혈압 수치가 다른 건 일반적인 현상이다. 자주 쓰는 팔에 혈액이 더 많이 흐르고 이로 인해 혈압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차이가 10㎜Hg 이상으로 크다면 문제다. 혈관이 딱딱해지고 좁아지는 동맥경화증이나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 심장벽이 두꺼워진 심근비대 등 질환으로 인해 양쪽 팔에 가는 혈액량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영국 엑시터대에서 심장병이 없는 50~70세 3000여 명을 8년간 추적해 심장병 발생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조사했다. 그 결과, 초기 혈압이 정상 범위였어도 양팔의 수축기 혈압 차가 5㎜Hg 이상인 사람은 심장병으로 사망할 위험이 혈압 차가 크지 않은 사람보다 약 2배 높았다. 고혈압이 있는 환자는 사망 위험이 6배나 높았다.


양팔 차이 크다면 주치의와 상의 필요

 

혈압은 측정 시간·장소, 팔의 위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대한고혈압학회는 고혈압 진료 지침을 통해 우선 양팔 혈압을 재고, 한쪽이 높게 나오면 해당 위치를 다시 한번 재도록 권고하고 있다. WHO 역시 양팔 혈압 차이가 10㎜Hg 이상인 경우에는 반드시 심장·혈관 건강을 확인할 것을 권한다. 양쪽 팔의 혈압이 다를 땐 높은 쪽을 기준으로 치료·관리 계획을 짜야 한다. 이사민 교수는 “양팔의 수축기 혈압의 차이가 20㎜Hg 혹은 이완기 혈압의 차이가 10㎜Hg 이상이면 주치의와 상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리 혈압은 말초혈관(동맥)질환을 진단하는 ‘단서’가 된다. 말초혈관질환은 손·발 등 신체 말단의 혈관이 막히는 병으로 90%가 다리(하지 동맥)에서 발생한다. 수도관에 녹이 슬면 물이 잘 흐르지 않듯, 손상된 동맥 내부에 플라크(Plaque)라는 지방성 물질이 쌓이면서 혈액 순환이 차단된다. 상처가 잘 아물지 않고, 심한 경우 피부가 괴사해 다리를 일부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어 조기 관리가 필수다.

말초혈관질환을 진단할 때는 신체 위(팔)·아래(다리) 혈압 수치를 모두 사용한다. 발목의 수축기 혈압을 팔의 수축기 혈압으로 나눠 0.9 미만이면 경도, 0.6 미만이면 중등도, 0.4 미만이면 중증으로 구분한다. 숫자가 낮을수록 위험하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김영화 교수는 “말초혈관질환은 활동 시 다리로 가는 혈액과 산소가 줄어 통증과 불편함을 경험하는 ‘간헐적 파행’이 가장 특징적인 증상”이라며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는 보행 장애나 피부색 변화 등 ‘위험 신호’가 나타나기 전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혈압의 정확한 진단과 위험도 분석을 위해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것은 ‘24시간 활동 혈압’과 ‘가정혈압’ 측정이다. 24시간 활동 혈압은 작은 혈압계를 허리에 차고 24시간 동안 생활한 다음 컴퓨터에 수집된 측정 결과를 토대로 고혈압을 진단하는 방식이다. 백의·가면 고혈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주·야간 혈압 변동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정 혈압은 일주일간 아침·저녁으로 각각 2회 이상 스스로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다. 집에서 ▷등받이에 기댄 채 ▷다리를 꼬지 않고 ▷화장실에 다녀온 다음 3~5분 정도 지나 측정하는 게 정석이다. 혈압을 재는 팔은 힘이 들어가지 않게 약간 구부려 책상 위에 올리고 커프(팔에 감싸는 공기주머니)는 심장 높이에 두른다. 혈압 측정 30분 전부터는 커피나 술·담배는 자제해야 한다. 주간 135/85㎜Hg, 야간 120/75㎜Hg 이상이거나 동일 시간에 혈압이 위아래로 15㎜Hg 이상 차이 나면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혈압 환자라고 모두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고혈압 전 단계여도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 체중 조절, 금연·금주 등 생활습관 관리를 통해 혈압이 조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빠르게 걷기 등 유산소 운동을 주 2~3회, 하루 30분 정도 숨이 찰 정도로 시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혈관이 튼튼해지고 심장·뇌·콩팥 등 주요 장기 기능을 유지·개선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손일석 교수는 “특히 심뇌혈관질환의 가족력이 있거나 비만·고지혈증 등을 앓는 경우에는 운동과 같은 생활습관 개선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은 새벽보다 해가 떠 있는 낮에 하는 것이 추천된다.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김원 교수는 “기온이 1도 내려가면 수축기 혈압은 1.3㎜Hg 상승한다”며 “고혈압 환자는 기온이 떨어지는 새벽 시간 운동은 피하고 가을과 겨울에는 외출 시 보온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도 고위험군(群)

 

고혈압에 좋은 음식. 근대밥·우엉잡채· 두부찜(왼쪽부터).

 

만일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이 나타난 환자는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두통·어지럼증·호흡곤란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되는 환자도 마찬가지다. 고혈압약은 한번 시작하면 평생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약을 중단하면 대부분 혈압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손일석 교수는 “올바른 생활습관으로 정상 혈압이 유지되면 환자에 따라 약을 줄이거나 끊어볼 수는 있다”며 “하지만 이 경우에도 꾸준히 혈압을 측정하고 의사와 상담을 통해 혈압 추이를 관찰하는 등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활습관을 바꾸고, 고혈압약을 꾸준히 먹는데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다른 원인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인 고혈압 환자 10명 중 1명은 숨은 질환이 고혈압을 부른다. 원인 질환을 해결하면 고혈압의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

신부전 등 콩팥 질환을 비롯해 부신에 종양이 생기거나, 갑상샘 기능 저하증·항진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호르몬 분비가 교란돼 혈압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다. 평소 혈압이 높으면서 두통·두근거림·발열·오한 등의 증상이 동반되면 초음파 등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면장애도 영향을 미친다. 시간당 5번 이상, 한 번에 10초 이상 숨이 멎는 증상을 수면무호흡증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인 6명 중 1명이 앓을 만큼 흔한 병인데, 이런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절반이 고혈압을 앓는다.

 

잠을 자는 동안 숨길이 막히면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혈관이 망가지고,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서 혈압이 상승한다. 잠이 ‘보약’이 아니라 ‘독약’이 되는 것이다. 수면무호흡증은 기도에 지속해서 공기를 밀어 넣는 양압기나 구강 내 장치·수술 등 맞춤형 치료로 개선할 수 있다. 수면다원검사·양압기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비용 부담도 크게 줄었다.


저항성 고혈압 수술로 치료하기도


소아청소년의 고혈압도 대부분 원인 질환이 따로 있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선향 교수는 “어릴 때 발생하는 고혈압은 선천성 신장 기형, 신장 동맥 혈전처럼 신장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가장 많다”며 “이 밖에 당뇨병·갈색세포종과 같은 내분비 질환이나 극심한 스트레스·불안 등 고혈압의 위험 요소를 조기에 관리해야 성인 고혈압으로 이행과 심근비대 등 합병증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원인 질환도 없고, 약물로도 잡기 힘든 저항성(난치성) 고혈압을 수술로 치료하는 방법이 제시돼 눈길을 끈다. 올해 초 서울대병원·포스텍 공동 연구팀은 복강경 수술을 통해 혈압을 조절하는 새로운 기술을 국제 학술지 ‘비뇨임상연구’에 발표했다.

체내 혈압이 높아지면 신장 쪽에 위치한 교감신경에서 뇌로 신호를 보내 혈압을 정상으로 낮춘다. 고혈압을 오래 앓거나 고혈압약에 내성이 생기면 이 시스템이 망가져 교감신경이 비정상적으로 흥분되고 혈압이 잡히지 않는다. 약물을 세 가지 이상 최대치로 사용해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저항성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난치성 고혈압 환자도 덩달아 증가하는 상황이다.

수술적 치료는 교감신경을 절제(차단)해 신경 흥분을 억제한다. 종전에는 혈관 속으로 카테터를 넣고 신장 동맥 바깥쪽의 교감신경을 차단하는 방법이 연구됐다. 하지만 환자의 절반가량은 3㎜ 이하로 작은 동맥을 가져 카테터를 사용할 수 없고, 신경의 약 30%는 동맥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서울대 등 공동 연구팀은 접근 방식을 바꿨다. 복강경을 이용해 신장 동맥을 외부에서 360도로 감싸고, 일정한 온도로 전기 에너지를 신경에 전달하는 ‘인공지능형 스마트 제어기술’로 혈관 손상을 최소화하고 교감신경 차단 능력을 높인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정창욱 교수는 “인간과 신장의 크기·위치가 비슷한 돼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드라마틱한 혈압 변화가 관찰됐다”며 “향후 신경조절을 통해 고혈압 및 부정맥 질환을 조절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내다봤다.

※ 고혈압 예방·관리를 위한 생활 수칙
1.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는다
2. 정상 체중을 유지한다
3.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을 한다
4. 담배는 끊고 술은 삼간다
5. 채소는 많이, 지방은 적게 섭취한다
6. 스트레스를 피하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한다
7.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한다
(도움말: 강동경희대병원 손일석 교수)


박정렬 중앙일보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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