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을 경신하며 ‘돈 버는’ 기업으로 거듭난 카카오의 저력에는 콘텐트의 힘이 숨어 있어요. 자체 제작 능력과 디지털 플랫폼을 앞세운 카카오는 이제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콘텐트 왕국을 꿈꾸고 있어요.
“오빠 소유는 왜 검색했어?” 이 한마디가 실린 티저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인터넷 연예뉴스 코너는 이효리라는 이름으로 도배됐다. 지난 9월 카카오TV가 처음 선보인 오리지널 콘텐트 ‘페이스 아이디(ID)’의 한 장면이다. 스타의 스마트폰 사용이 실시간으로 공개된다는 콘셉트는 기존의 온라인 콘텐트에선 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시도였다. 자체 콘텐트 제작으로 OTT(Over The Top,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사업에 뛰어든 카카오의 출발을 톱스타 이효리가 대중에게 완벽히 각인한 셈이다.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 플랫폼이 카카오의 출발을 열었다면, 성장의 탑을 쌓은 기반은 단연 콘텐트 비즈니스다. 포털(다음), 게임(카카오게임즈), 웹툰 등 유료 콘텐트(카카오페이지·픽코마), 뮤직(멜론·카카오M), IP비즈니스 등이 카카오의 주요 콘텐트 사업 영역이다.
해외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보내지 못하고 있는 카카오의 해묵은 숙제를 해결해줄 열쇠도 콘텐트 사업에 있다. 글로벌 최대 만화 시장인 일본에서 업계 1위에 오른 픽코마의 성과는 사실상 카카오의 유일한 해외 사업 성공 사례로 꼽힐 정도다. 카카오는 픽코마 사례를 필두로 인도네시아, 대만, 미국 등에서도 디지털만화(웹툰)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역대급 성적을 기록 중인 카카오의 실적에서도 콘텐트 부분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카카오는 올 3분기 매출 1조1000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41%, 전분기 대비로도 15% 늘어난 호실적이다. 이 중 콘텐트 비즈니스 매출 비중이 50%에 달한다. 콘텐트 부문 매출 5460억원은 전년 대비 25%, 전분기 대비 19% 뛰어올랐다.
콘텐트 기획·제작·유통까지 수직계열화
지난 9월 ‘따상’과 ‘따따상’ 열풍을 몰고 왔던 카카오게임즈 상장도 카카오의 콘텐트 비즈니스 경쟁력을 드러낸 사례다. 올해 IPO 시장의 ‘최대어’답게 업계에서 카카오게임즈의 성장세에 의문부호를 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가총액 3조5000억원으로 코스닥시장 6위인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3분기에 새로 선보인 모바일게임 ‘가디언 테일즈’의 흥행에 힙입어 전분기 대비 40%, 전 년 대비 52% 급증한 1504억원을 벌어들였다.
카카오게임즈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사업을 펼쳐 글로벌 성과를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내년 하반기 중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엘리온’을 출시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대형 MMORPG(다중접속 롤플레잉게임) ‘오딘: 발할라 라이징(가칭)’을 국내와 대만 등에 서비스할 예정이다.
뮤직 카테고리도 빼놓을 수 없다. 멜론은 유료 가입자 510만 명을 보유한 국내 1위 음악 플랫폼이다. 2, 3위 업체가 200만 명, 100만 명에 머물러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 멜론과 카카오M의 디지털 음원 유통 매출은 올 3분기까지 155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 카카오가 인수한 멜론은 이후 10년 넘게 쌓아온 음악 소비행태 데이터분석과 다양한 음원 콘텐트를 바탕으로 스트리밍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유료 콘텐트 부문에서는 픽코마의 기세가 대단하다. 일본을 중심으로 글로벌 거래액 증가세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올 3분기 기준 카카오 유료 콘텐트 부문은 전분기 대비 25%, 전년 대비 61% 늘어난 1484억원을 벌어들였다. 정보통신진흥원은 2021년 글로벌 웹툰 시장이 13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웹툰 종주국인 국내 웹툰 시장만 놓고 봐도 올해 1조원대로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 예상이다.
2018년 8월 정식 출범한 카카오M은 카카오의 콘텐트 핵심 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카카오TV 등 디지털 콘텐트 기획·제작을 비롯해 음반, 영화·드라마, 연예기획, OTT 사업까지 총괄한다. 지난 2016년 카카오가 인수한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전신으로, 이병헌, 송승헌, 한지민, 공효진 등 다수의 톱스타가 모두 카카오M 소속이다. 스타들의 흥행력과 이들을 활용한 콘텐트 제작, 디지털 플랫폼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뤄 ‘카카오 콘텐트 왕국’을 세우는 게 어렵지 않다는 게 업계 평가다.
카카오M은 지난 6월, 자사 임원과 소속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278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엔터테인먼트업계와 증권가에선 이를 카카오M 상장의 전초단계로 보고 있다.
[박스기사] 카카오의 주요 콘텐트 플랫폼
픽코마: 디지털 이미지 단위인 픽셀(pixel)과 일본어로 만화 혹은 영상의 한 컷을 의미하는 코마(coma)의 합성어. 여기에 구독자를 위해 선별한(pick) 만화라는 뜻도 담았다. 카카오가 일본 만화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법인 카카오재팬을 통해 2016년 4월 론칭한 모바일 만화 플랫폼이다. 글로벌 앱 조사업체 앱애니(App Annie)에 따르면 지난 7월 월간 기준으로 일본 양대 앱마켓(애플 앱스토어+구글플레이)에서 만화 카테고리는 물론 비게임 부문 모든 앱 중 통합 매출 1위에 올랐다.
카카오페이지: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K-스토리 세계화에 집중하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약 7000억원을 투자해 확보한 7000여 개 오리지널 IP를 바탕으로 대만, 태국,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사업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2018년 12월 인도네시아의 네오바자르를 인수하면서 동남아 사업을 시작했다. 네오바자르는 현지의 대표 웹툰 서비스 기업으로 ‘웹 코믹스(WebComics)’라는 서비스명으로 콘텐트를 제공하다가 2020년 1월 ‘카카오페이지 인도네시아’로 사명을 변경했다.
카카오TV: 지난 9월 1일, 카카오M은 오랜 기간 준비해온 오리지널 디지털 콘텐트를 카카오TV 서비스로 선보였다. [연애혁명] 같은 웹드라마부터 주식까지 다양한 시청자층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콘텐트를 제공해 출시 한 달 만에 카카오TV를 시청한 이용자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카카오TV는 올해 말까지 20개 이상의 타이틀과 300여 편의 에피소드를 오리지널 콘텐트로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카카오M은 자체 제작 콘텐트들을 SK텔레콤의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에서 방영하기로 결정했다. 넷플릭스가 장악한 국내 OTT 시장을 회복하겠다는 양사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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