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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아이오닉5는 전기차 생태계의 첨병이 될 수 있을까?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가 공개된 2월 23일, 정부는 4차 친환경자동차 보급계획(이하 4차 계획)을 확정했어요. 아이오닉5에 거는 정부의 기대감을 오롯이 드러내는 부분이에요. 전기차 보급이 앞선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앞서보다 더 공격적인 전기차 생태계 보급 목표를 제시했어요. 현대차가 공개한 아이오닉5가 정부의 4차 계획의 첨병이 될 수 있을지 짚어봤어요.

 

현대자동차가 2월 23일 온라인 ‘아이오닉5 세계 최초 공개’ 행사를 통해 아이오닉 5의 주요 디자인 및 상품성을 보여주는 론칭 영상을 전 세계에 중계했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아이오닉5가 맡은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내 전기차 시장의 활성화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친환경차 보급 계획을 담은 제3차 친환경차 보급계획(이하 3차 계획)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하이브리드차(H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수소연료전지차(FCEV)는 목표로 했던 보급 대수를 초과 달성했지만, 핵심인 EV 보급 대수는 목표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

3차 계획에서 2020년 목표로 했던 EV 보급 대수는 20만 대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0년까지 실제 보급된 전기차는 13만4962대에 그쳤다. 연도별 계획했던 목표 대수를 달성한 것은 2016년(1만대) 뿐이었다.

전기차의 판매가 저조했던 것은 ‘매력적인 제품의 부제’가 가장 문제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16년 현대차가 아이오닉 EV를 출시했고, 2017년 GM의 볼트EV 등이 출시되며 국내 전기차 시장이 뜨거워지는 듯했지만, 이후 볼륨 후속 모델의 출시가 지연됐다. 2018년 출시한 코나 EV와 니로 EV 등이 기대를 모았지만 전기차 대중화에 대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매력적인 상품이 전기차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은 테슬라가 증명했다. 지난해 보급형 모델인 모델 3를 국내시장에 본격적으로 인도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모델 3는 1만1004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전체 전기차 보급 대수(4만5044대)의 4분의 1에 달한다.

아이오닉5는 정부의 전기차 보급에 기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2020년까지 목표로 했던 3차 계획이 정부 주도 기반 조성을 목표로 했다면 4차 계획은 민간주도 시장 활성화에 방점이 찍혀있다. 정부가 4차 계획에서 잡은 전기차의 누적 보급 목표는 2025년 113만대다. 앞으로 5년간 100만대를 보급한다는 얘기다. 2025년 연간 판매목표는 27만대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의 글로벌 판매 목표를 내년부터 연간 10만대 규모로 잡았다. 올해 국내 판매 목표는 2만6500대 이상으로 제시했다. 이는 올해 정부의 보조금 지급차종(7만대)의 38% 수준이다. 곧 출시될 기아차의 CV와 함께 국내 전기차 시장을 사실상 석권하겠다는 목표다.

이런 포부를 밝힌 아이오닉5에 요구되는 것은 소비자에게 전기차 구매를 유인할 특별한 장점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매력을 느낄 요소는 충분하다는 게 아이오닉5를 접한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기존 자동차가 보여주지 못했던 공간 활용과 새로운 기술들이 집약돼 현대차가 이를 악물고 만들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며 “차별화된 전기차 경험을 소비자에게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이오닉5는 기존의 전기차와는 차별화된 상품성을 제공한다. 가장 큰 장점은 내연기관차는 물론 기존 전기차와 차별화된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아이오닉5의 전장 길이는 투싼보다 5㎜ 긴 4355㎜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축간거리)는 3000㎜로 투싼의 휠베이스(2755㎜)보다 245㎜ 길다. 이는 쏘렌토는 물론 현대차에서 가장 큰 SUV인 팰리세이드(2900㎜) 보다도 100㎜나 긴 압도적인 수치다.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 전기차로써 프론트·리어 오버행을 극단적으로 줄일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다.

공간보다도 눈에 띄는 건 별도의 제어기나 연결장치 없이도 일반 전원을 전기차 내외부로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110V나 220V 등의 가전을 운용할 수 있다. 차에서 드라이기나 커피포트 등을 사용하고, 캠핑을 위해 별도의 발전기를 가져갈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전기차 보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가격 경쟁력도 합격점을 줄 만하다. 2월 25일 사전계약에 돌입한 아이오닉5 롱레인지 가격은 트림별로 기본형 익스클루시브 5200만~5250만원, 고급형 프레스티지 5700만~575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경쟁모델로 꼽히는 테슬라 모델Y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테슬라 모델Y는 국내 보조금 기준을 의식해 모델 Y 스탠다드 레인지(60㎾ 배터리)의 판매가격을 5999만원으로 책정됐는데, 이마저도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아이오닉5 구매시 보조금을 적용하면 가격은 동급의 내연기관차와 비슷하다. 개별소비세 혜택(최대 300만원)과 구매보조금(서울시 기준 1200만원)을 고려하면 실제 구매 가격은 익스클루시브 3700만원대, 프레스티지 4200만원대다. 현대차의 중형 SUV 싼타페의 2.5 가솔린 터보 모델 최고 트림(AWD 제외) 가격이 3839만원이고 2.2 디젤 최고트림(AWD 제외) 가격이 3986만원 수준이다. 아이오닉5는 익스클루시브 트림에도 경우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등 첨단 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이 포함된다.


기대보다 짧은 주행거리… 초고속 충전 기대감


아이오닉5의 또 다른 과제는 전기차 충전에 대한 두려움을 불식시키는 것이다. 공개된 아이오닉5의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이하 주행거리)는 기대보다 짧다. 앞서 E-GMP를 공개할 당시 현대차는 해당 플랫폼으로 500㎞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고 했는데, 아이오닉5의 주행거리는 410~430㎞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김흥수 상품본부장(전무)는 “E-GMP 기반의 차량은 500㎞ 이상의 주행거리를 구현할 수 있지만, 아이오닉5의 경우 현재의 고객패턴을 최적화한 것”이라며 “앞으로 출시되는 E-GMP 기반 차량들도 차의 특징이나 고객의 니즈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서로 다른 주행거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선 출력을 제한하거나 배터리 용량을 키워야 하는데, 전자의 경우 차량 매력도가 떨어지고 후자는 차량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대차로선 긴 주행거리를 내세우기 보다 아이오닉5의 고객층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는 최접점을 찾았다는 얘기다.

비교적 짧은 주행거리에 대해 현대차가 내세운 무기는 ‘초고속 충전’이다. E-GMP를 기반으로 한 차는 800V 시스템 충전이 가능해 기존에 사용하던 400V 고속 충전 시스템보다 이론상 두 배의 충전 속도를 낼 수 있다. 350㎾급 초급속 충전 시 18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를 충전 할 수 있고, 5분만 충전해도 최대 100㎞ 주행이 가능하단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이는 사용자 입장에서 충전에 대한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자가 충전이 불가능한 사람도 공용 초고속 충전기를 이용해 전기차를 운용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과제가 있다. 바로 충전기 보급이다. 현재까지 국내에 800V를 지원하는 충전기는 현대차가 최근 설립한 EV스테이션 강동이 유일하다. 현대차는 “올해 초 전국에 걸쳐 120기 이상의 초고속 충전기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800V 충전기를 전국 주요 고속도로 12곳과 도심 8곳에 구축할 방침이다.


LCA 측면에서 ‘친환경차’ 인정받아야


현대차가 기여할 부분은 초고속 충전기 보급뿐만이 아니다. 정부의 4차 계획에는 2025년까지 누적 50만기의 생활거점중심 전기차 충전기와 1만7000기의 이동거점(휴게소 등) 충전기를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이에 발맞춰 2만 기의 충전기를 무상 보급할 계획을 세우고 협력사를 선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차 계획에서 정부는 “탄소중립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자동차 전주기 온실가스 평가체계(LCA) 도입을 선제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LCA란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운행되고 폐기될 때까지의 탄소발자국을 평가하는 걸 말한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재료의 채취와 가공, 자동차 운행에 소비되는 전기 생산을 모두 평가하는 걸 말한다.

이는 국내 전기차의 ‘표준’이 될 아이오닉5가 단순히 ‘전기차’라는 것 이외에 친환경적인 자동차임을 입증해야 한다. 먼저 차량이 팔려 사용되는 단계에서 완성차 회사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은 ‘전비’를 높여 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 더 적은 전기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오닉5의 전비는 공개된 주행거리와 배터리 용량을 고려할 때 6㎞/ 남짓이다. 이는 코나EV, 니로EV와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현대차 역시 아이오닉5 개발 과정에서 LCA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내장 곳곳에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기 위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재활용 페트병을 가공해 만든 원사로 직물을 제작해 시트와 도어 암레스트(팔걸이)에 적용하는 등의 노력이 더해졌다.

다만 이 제품이 탈탄소화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증명할 필요가 있다. 폴크스바겐의 경우 지난해 전용 전기차 ID.3의 ‘기후 중립적인 제품’ 인증을 받은 바 있는데, 현대차 역시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물론 쉽지 않은 일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폭스바겐은 유럽 내 공장에서 100%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통해 이를 달성했다.

전기차의 생산 과정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배터리’와 관련한 솔루션을 찾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월 18일 산업통상자원부, LG에너지솔루션, KST모빌리티와 전기 택시 배터리 대여 및 사용 후 배터리 활용 실증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배터리 리스 및 폐배터리 재활용 등의 솔루션을 만들 예정이다. 폐배터리를 ESS 등으로 재활용하면 LCA 배출량을 대폭 줄일 수 있어 테슬라 및 완성차 업체들은 폐배터리에 주목하고 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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