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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bes Korea

세계 3대 진미인 트러플로 화장품을 만드는 이 회사

먹기도 아까운 고가의 서양 송로버섯인 트러플을 피부에 양보하는 시대가 왔어요. 뷰티 브랜드 달바는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트러플로 화장품을 만들어 승승장구 중이에요. 팬데믹 상황에서도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성장했어요.

 

 

#. 국내 주요 백화점·면세점·H&B스토어 입점, 일본·미국·유럽 등 전 세계 20개국 수출, KTB 네트워크와 한국콜마로부터 각 20억원 투자 유치, ‘달바 미스트 세럼’ 600만 병 누적 판매, 연 매출 470억원 돌파….

국내 뷰티 브랜드 ‘달바(d’Alba)’가 론칭 5년 만에 거둔 성과다. 전시 같았던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이익에서 2배씩 성장을 이뤄냈다. 뷰티업계가 꽁꽁 얼어붙었던 상황을 고려하면 선방했다고 할 만한 성적표다.

달바는 K뷰티의 인기가 한창 무르익던 2016년, 반성연(39) 비모뉴먼트 대표가 만든 브랜드다. 대기업, 개인사업자 할 것 없이 수많은 경쟁자가 치열하게 ‘왕좌의 게임’을 벌이고 있었지만 반 대표는 뷰티 시장을 여전한 기회의 장으로 봤다. 창업하기 전 글로벌 전략 컨설팅 그룹 A.T. 커니에서 경영컨설턴트로 일했던 반 대표가 직접 뷰티 기업을 컨설팅하면서 가진 확신이었다.

“K뷰티 제품은 반짝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아이디어, 제품력, 가성비로 트렌드를 이끌고 흥미를 일으키지만 해당 브랜드 제품을 계속 사야 하는 이유를 제공하지 못한 거죠. 한마디로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발한 제품을 만드는 K뷰티의 강점을 유지하되 브랜드 파워까지 갖춘다면 후발주자여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고요.”


성공 전략 1 | 세계 3대 진미 ‘트러플’을 원료로


반 대표는 달바의 콘셉트를 ‘흔하지 않은 럭셔리’로 잡았다. 트렌디하고 혁신적인데 명품 못지않은 고급스러운 제품을 지향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 브랜드를 믿고 무조건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할까’를 고민한 끝에 얻은 결론이다. 주원료는 세계 3대 진미로 불릴 만큼 풍미가 좋고 진귀한 재료인 ‘화이트 트러플’을 선택했다. 반 대표는 “먹기도 아까운 트러플로 화장품을 만들면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달바는 생산에 필요한 화이트 트러플의 모든 물량을 이탈리아 ‘알바’라는 지역에서 공수하고 있다. 브랜드 이름(d’Alba)도 트러플 원산지인 ‘알바’에서 따왔다. “유럽의 최고급 원료에 한국 기술력을 입힌 제품. 최고와 최고가 만났다는 게 달바의 정체성입니다.”

반 대표에 따르면 트러플은 비타민, 미네랄, 아미노산 등이 가득 들어 피부 항산화 효과도 탁월하다. 여기에 달바가 직접 개발한 성분을 더해 효능을 배가했다. 화이트 트러플에 토코페롤을 최적의 비율로 배합한 독자적인 성분 ‘트러페롤TM’이다. 이는 피부의 속과 겉 탄력을 개선해주는 피부 이중 탄력에 대한 효과로 특허를 받았다. 반 대표는 이 성분으로 스킨, 로션 등 몇 가지 기초제품을 만들어 판매를 시작했다.

진귀한 재료에 기능성까지 더했지만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하루에 10개 팔리면 좋아하고, 20개 팔리면 잔치를 벌일 정도”였다고 되돌아봤다. 시드머니는 점차 바닥났고, 직원들 월급도 사비로 충당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대표는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전에 없던, 혁신적인 제품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했고, 개발에 매진한 끝에 고정관념을 깨뜨린 제품들이 출시됐다. 뿌리는 세럼과 마스크, 갈아 쓰는 팩트 등 현재 달바를 대표하는 제품들이 이때 나왔다. 이 중 ‘트러플 미스트 세럼’은 누적 판매량 600만 병을 기록한 달바의 스테디셀러다.

“2017년, 미스트가 한창 유행했는데 갑자기 논란에 휩싸였어요. 수분이 증발하며 피부 속 수분까지 앗아가 오히려 더 건조하게 만든다는 거였죠. 수분 뺏길 걱정 없는 미스트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탄생한 게 오일 성분이 들어간 트러플 미스트 세럼입니다. 세럼은 에센스, 로션 같은 역할을 하는 제품군인데 이를 미스트화한 거죠. 처음엔 연구소에서 반대하더라고요.(웃음) 오일 성분은 입자가 커서 안개처럼 곱게 분사할 수 있는 펌프가 시중에 없었거든요. 200~300개 넘는 펌프를 사용해보고, 펌프에 맞게 성분을 수차례 바꾼 끝에 제품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성공 전략 2 | 마케팅은 크고 센 ‘한 방’


어렵게 완성한 ‘트러플 미스트 세럼’도 처음부터 날개 돋친 듯 팔리진 않았다. 제품이 좋아도 마케팅 없이 소비자에게 닿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거금처럼 느껴졌던 1200만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투자했다. 이후 매출이 쭉쭉 올랐고, 달바는 2018년 11월 매출 1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흑자전환까지 이뤄냈다.

“아무리 좋은 제품도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판매가 되겠죠. 그래서 초기 마케팅은 꼭 필요해요. 당시 자금이 빠듯했지만 마케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거금’을 투자했습니다. 당시 유명했던 인플루언서와 제품 소개 영상을 찍기로 했죠. 운이 좋았던 걸까요. 영상을 준비하던 중에 유익한 정보 하나를 입수했습니다. 지인이 항공사 승무원이었는데, 주변 동료들이 달바 미스트를 많이 쓴다는 거예요. ‘승무원이 쓰는 미스트’라는 스토리를 영상에 녹여냈죠.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어요. 아직도 ‘승무원 미스트’ 하면 달바 제품이 먼저 거론된답니다.”

달바는 최근 ‘한혜진 화장품’이라는 별칭도 추가했다. 모델 한혜진을 뮤즈로 선정해 1년여 가까이 마케팅을 해온 결과물이다. 초기에 투자했던 마케팅 비용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거금을 들여야 했지만 전략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었다고 반 대표가 말했다.

“한혜진씨를 모델로 선정하기 전, 다소 성장이 주춤했어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할 수 있는 마케팅은 다 했는데 디지털 피로감 때문인지 투자 대비 성장률이 둔하더라고요. 마케팅적으로 크게 한 방이 필요했죠. 또 두 눈 질끈 감고 4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반 대표의 전략은 예상과 맞아떨어졌다. 통 크게 날린 한 방은 달바를 디지털 세상 밖으로 이끌어줬다. 프로페셔널하고 세련된 한혜진의 이미지를 십분 활용해 제작한 영상과 이미지가 공개되자 달바는 더는 온라인 브랜드가 아니었다. 매출도 다시 한번 수직 상승했다. 2018년 35억원이었던 매출이 2019년 232억원으로 5.6배 껑충 뛰었다. 이에 힘입어 벤처투자사 두 군데에서 20억원씩 총 40억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반 대표는 “한혜진씨와 최근 재계약했다”고 웃어 보였다.


성공 전략 3 | 제품 다양화로 위기대처능력 ↑


달바 역시 지난해엔 (모두가 그랬듯)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 반 대표는 브랜드 운영에 꼭 필요한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이다.

“마스크로 내내 얼굴을 가리고 있으니 화장할 필요성이 줄었죠. 화장품 시장이 전체적으로 주춤한 이유예요. 기초보다도 색조, 그중에서도 립스틱 시장이 가장 저조했습니다. 만약 달바가 립스틱만 제조하는 회사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어요. 코로나를 견디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립스틱도 만드는 회사였다면 타격이 덜했겠죠. 이번엔 운 좋게(?) 잘 넘어갔지만, 코로나19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은 언제든,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우물만 파기보다는 다양한 제품군을 마련하는 게 위기관리의 해답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올해 달바는 제품군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보유한 제품 30여 종 대부분이 기초제품인데 5개 카테고리를 추가한다. 고가의 스킨케어 제품, 남성용 제품, 보디·헤어 제품,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 이너뷰티 등을 준비 중이다.

“새로 준비하는 제품들도 달바 콘셉트에 따라 흔하지 않은 럭셔리를 지향합니다. 이너뷰티 제품의 경우 먹는 콜라겐을 알약 대신 지갑에 넣고 다닐 수 있는 필름 형태로 제작할 거예요. 헤어 제품으로는 뿌리는 트리트먼트를 준비 중이고요.”

마케팅 방안도 다양하게 준비 중이다. 한 채널에만 집중하지 않고 여러 채널과 서비스에 힘을 분산해 위기관리를 한다는 복안이다.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하고 시도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7월엔 ‘홈트라이’라는 서비스를 론칭해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홈트라이는 코로나 시국에 맞게 비대면(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한 다음 체험해보고 마음에 들면 후결제를 하는 서비스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구매하지 않으면 된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이 축소됐고, 소비자는 제품을 체험해볼 기회를 잃었죠. 구매하기 전 직접 제품을 써볼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서비스예요. 실제로 많은 소비자가 홈트라이 서비스를 활용했고요. 하지만 5차까지 진행해보니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악용하는 블랙컨슈머가 생기더라고요. 지금은 서비스를 잠시 중단하고, 건전하고 촘촘하게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반성연 대표의 목표는 달바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K뷰티에 몸담고 있는 동료들이 같은 꿈을 품고 힘을 합치길 바란다고 했다.

“K뷰티가 잘나가고는 있지만 프랑스 등 유럽에 비하면 아직 작은 집단에 불과합니다. 글로벌 브랜드를 많이 배출해서 힘을 길러야 K뷰티라는 하나의 집단이 완성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제조기술,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되 임상과 품질에도 더욱 신경 써서 브랜드 성장, 나아가 K뷰티 성장에 함께 기여하면 좋겠습니다.”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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