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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외국인의 땅 소유를 규제하려는 이유는?

서울시가 지난 21일 4곳(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지정한 데 이어, 경기도도 26일 도내 23곳을 외국인·법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어요. 허가구역으로 묶인 곳은 고양·과천·광명·광주·구리·군포·김포·남양주·부천·성남·수원·시흥·안산·안양·양주·오산·용인·의왕·의정부·파주·평택·하남·화성 지역이에요. 가평·동두천·안성·양평·여주·연천·이천·포천 등 8개 지역은 허가구역 대상에서 제외됐어요.

 



경기도는 지난 16일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달 30일 만료되는 23개 시·군(약 5249.11㎢)을 외국인·법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내년 4월 30일까지 1년간 재지정한다고 26일 밝혔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에서 외국인과 법인이 주택이 포함된 토지를 취득하려면 관할 시장·군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계약 체결 당시 개별공시지가의 30%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주택, 거래 줄었지만 가격 상승세는 지속

 

도가 이번 조치를 연장한 이유는 땅값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허가구역으로 지정하자 주택 거래량이 감소했다. 하지만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투기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도의 판단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허가구역 지정 전인 지난해 6~10월 동안 도내 외국인 주택취득량은 1866건, 법인 주택취득량은 6362건이었다. 지정 후 5개월(지난해 11월~올해 3월) 사이 외국인 주택취득량은 859건, 법인 주택취득량은 592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도내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은 지난해 3월 1.31%, 지난해 10월 0.41%, 올해 3월 1.28% 등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이 도내 토지를 소유한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경기도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연장한 한 배경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2020년 말 기준 외국인 토지 보유 현황’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한 경기도 토지는 4574만㎡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규모도 전년(4390만㎡) 대비 4.2% 늘어났다. 이들 땅값도 4조5154억원에서 4조7600여억원으로 약 2400억원(5.4%) 증가했다.

필지 기준으로도 증가세가 확연하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외국인 토지보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 3기 신도시가 있는 경기도의 경우 2016년 2만7186건의 외국인 보유 필지가 지난해 4만3034건에 달했다. 증가율만 58%다. 이 가운데 중국인이 보유한 경기도 필지는 1만7380건이었다. 2016년 6179건이었던 것에 비해 180%가 넘게 증가한 규모다.

 

경기도는 수원시 등 도내 23개 시 전역을 외국인·법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경기도

 

국제법에 막혀 부동산 취득 외국인에 세금 중과도 못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외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매수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외국인의 투기성 부동산 취득에 대해 국회도 우려를 나타냈었다. 지난해 10월, 국회 입법조사처는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 관련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현재 국가통계포털(kosis.kr)에서는 외국인 토지 보유현황, 외국인 토지 거래현황, 외국인 건축물 거래현황만을 개략적으로 제공하고 있어,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비거주 외국인의 투기성 주거용 부동산 취득을 규제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주택의 유형•가격•위치 등의 조건에 따라 차등 과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었다.

이에 국회에선 ▷비거주 외국인의 주택 구매 취득세율을 현행 1~3%에서 30%로 상향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전용기 민주당 의원) ▷외국인이 국내은행에서 부동산담보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소병훈 민주당 의원) ▷상호주의에 입각한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홍석준 국민의힘 의원) 등 다양한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외국인에 대해 내국인과 다른 취득세율과 양도세율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국제법의 기본 원칙인 상호주의에 위반된다며 반대하고 있어 법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지난해 8월 외국인의 주택 거래에 대해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최대 30%까지 중과하는 내용의 지방세법•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는 “외국인의 투기성 부동산 매입이 우려되지만, 외국인에 대한 취득세 중과는 상호주의에 위배될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이후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법안 자체가 폐기됐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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