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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한국산 고추냉이(와사비), 세계를 노린다!

에코그로잉의 이명곤 대표는 2년간의 연구 끝에 세계 최초 분무수경방식으로 고추냉이(와사비) 재배에 성공을 했어요. 이 대표는 강원도 태백의 ‘로보팜’ 식물공장에 기술을 지원해 본격 생산을 앞두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정부 주관 ‘수직형 스마트팜 모델 시범사업’에도 선정됐어요.

 

뿌리 아래쪽에 설치된 장치에서 물과 영양분이 섞인 액체가 비처럼 내리고 있다. 세종시 에코그로잉 농장에서 분무수경 방식으로 자라고 있는 작물의 뿌리를 클로즈업 했다. 분무수경은 뿌리에 주기적으로 영양분을 공급해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이다.

 

"분무 수경 방식을 적용해 고추냉이(와사비) 근경(根莖) 생산에 성공한 건 아마 제가 세계 최초일겁니다.”

세종시에서 스마트팜을 연구하는 농업법인 에코그로잉㈜ 이명곤 대표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지난해 7월 이 대표는 자신의 농장에서 50g 이상 되는 고추냉이 근경을 처음으로 수확했다. 무턱대고 재배에 뛰어든 지 만 2년 5개월 만에 얻은 결실이었다.

고추냉이 재배를 생각한 건 4년 전 갑자기 찾아온 폐암과 싸우면서부터다. 병상에 누워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른 게 스마트팜과 분무 수경 재배였다. 관련 자료를 찾아 공부를 시작했고, 퇴원 후 비닐하우스에 분무 수경 장비 등을 마련했다.

고추냉이가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찾으려 꼬박 2년간 연구에 매달렸다. 금싸라기 같은 씨앗에 싹을 틔워 핀셋으로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옮겨 심고, 키우고 죽이기를 반복한 끝에 지난해 처음으로 분무 수경 방식의 고추냉이 근경 재배에 성공했다.


수경재배 성공해 올가을 첫 제품 출하 준비

 

고추냉이 대량생산에 돌입한 태백 로보팜 식물공장 전경. 직원이 와사비 잎을 채취하고 있다. 이 업체는 올 하반기에 1만 2000주의 고추냉이에서 500kg의 근경을 생산할 계획이다.

 

먹는 순간 코끝을 찡하게 울리는 고추냉이는 회, 초밥, 육류와 빼놓을 수 없는 단짝이다. 적당한 매운맛에 알싸함과 달큰함이 흔히 ‘서양 와사비’로 알고 있는 겨자무(홀스래디시)와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

이 대표는 강원도 태백의 ‘로보팜’ 식물공장에 기술을 지원해 본격 생산을 앞두고 있다. 로보팜 유상욱 대표가 에코그로잉과 같은 분무 수경 방식으로 고추냉이 재배를 시도하다가 실패를 겪던 도중 이 대표의 성공 소식을 듣고 도움을 요청해 인연을 맺었다. 이 대표는 기꺼이 기술을 전수해줬고, 태백 산채연구소는 고추냉이 씨앗과 모종을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정부 주관 ‘수직형 스마트팜 모델 시범사업’에도 선정됐다.

태백의 탄광촌 목욕탕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186평 규모의 로보팜 식물공장에는 1만2000주의 고추냉이가 자라고 있다. 올 9~10월에 처음으로 근경 500㎏을 출하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스마트팜에서 키운 질 좋은 고추냉이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날을 꿈꾸고 있다”고 했다. 그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이명곤 대표가 발아한 씨앗을 핀셋으로 집어 스펀지로 만든 트레이에 넣고 있다.

 

영양분과 물을 배합하는 분무수경 장치.

 

태백 산채연구소 연구원들이 고추냉이의 최적 생육 환경을 위해 광원을 테스트하고 있다.

 

로보팜 식물공장은 옛 탄광 목욕탕을 개조해 만들었다. 건물 주변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에서 공급되는 전기를 활용해 농사를 짓는다.

 

지난해 7월 분무수경으로 처음 생산한 고추냉이 근경. / 사진 : 에코그로잉 제공

 

분무수경 방식으로 자라는 식물의 뿌리는 다른 방식에 비해 산소 공급이 쉬워 유난히 뿌리가 튼튼하다. 이 대표가 작물을 들어 바라보고 있다.

 

글·사진 전민규 기자 jeonm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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