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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bes Korea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누가 처리할까?

하루 100톤. 1년에 3만6500톤에 달하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회사가 있어요. 자원순환그룹 ‘에코용마그룹’이에요. ‘친환경’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에코용마그룹의 역할과 책임은 더 커지고 있어요. 맑고 깨끗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20년을 달려온 권한준 에코용마그룹 대표를 만나보았어요.

 

 

“얼마 전 코로나19 백신을 맞았어요. 미군부대에 출입하려면 백신 접종이 필수더라고요.”

지난 6월 9일, 중앙일보S 사옥에서 만난 권한준 에코용마그룹 대표가 말했다. “우리 회사가 미8군 사령부 중 Camp Humphreys(평택)와 Area II(용산)의 폐기물 처리를 책임지고 있다”며 “Camp Humphreys는 미군이 주둔하는 단일 부대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에코용마그룹은 일반 가정의 생활쓰레기부터 기업체 사업장의 폐기물을 수거·운반하고, 처리·재활용하는 자원순환 그룹이다. 1978년 권한준 대표의 부친인 권성철 회장이 세운 용마산업이 시초다. 2001년부터 권한준 대표가 회사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권 회장이 직접 폐기물을 수거·운반하며 회사의 기초를 다졌다면 권 대표는 용마용역, 에코글로벌, 용마, 용마산업, 보연환경에너지 등 5개 법인을 완성하고 발전시켰다. 20년이 지난 현재, 에코용마그룹은 직원 300여 명을 거느리고 병원, 기업 등 대형 계약처만 154곳에 이르는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번듯한 자원순환그룹, 환경전문업체로 불리지만 권 대표가 회사를 맡기 시작했던 20년 전만 해도 폐기물 운반·수거는 3D 업종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쓰레기 치우는 일을 한다’는 말이 가장 듣기 싫었다고 권 대표가 회상했다.

 

“‘규모가 큰 기관, 기업과 거래를 하면 우리 위상도 함께 올라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눈앞에 미군부대 차가 지나가더라고요. 그 순간 미군부대와 거래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미군부대의 폐기물을 어떤 업체가 처리하고 있는지조차 알아내기 어려웠다. 수소문 끝에 A라는 회사가 30년간 독점으로 미군부대와 계약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때부터 미군부대에 ‘A 회사보다 처리비용을 저렴하게 해주겠다’는 이메일을 수없이 보냈다.

“알아보니 A 회사가 170억원에 계약했더라고요. 우리 회사는 93억원에 계약할 수 있다고 메일을 보냈고 미군부대에서 계약하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A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현금으로 20억원을 줄 테니 포기하라고 하더라고요. 거절했습니다.

 

다음 날 오전에 계약하러 가는 일정이었는데 전날 저녁 7시에 미군 측에서 계약을 안 하겠다는 연락이 왔어요. ‘A 회사가 우리보다 1000만원 적은 금액을 제시해 그쪽과 계약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가 막혔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12년 후, 그동안 경영 노하우가 쌓인 권 대표는 더 좋은 조건으로 다시 미군부대에 제안했다. 그리고 결국 계약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미군부대와 계약하던 순간이 가장 보람 있었어요. 무려 12년을 기다린 일이니까요. 미군부대는 폐기물을 버릴 땐 미국의 법이, 밖에 나와 처리할 땐 한국의 법이 적용돼요. 입찰할 때도 미국 재무부의 허가가 필요하죠. 이런 과정을 처리할 수 있도록 용마주식회사라는 법인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미군부대와 두 번째 계약을 연장한 상태입니다.”

회사를 맡은 초창기, 권 대표는 회사의 체질 개선에도 힘썼다. “수익구조를 따져보니 97%가 구청, 지자체에서 발생한 매출이었다”며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포트폴리오를 늘려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에코용마그룹에 입사하기 전 대우, 주택은행(추후 국민은행과 합병)에 근무하며 경제 전반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쌓았던 게 회사 기틀을 잡고 경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자체 의존도를 50%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법인을 추가 설립하고 다양한 거래처를 확보해나갔다. 그렇게 생긴 법인이 에코글로벌, 용마다.

 

용마는 지자체 폐기물을 수집·운반하는 회사, 에코글로벌은 사업장 폐기물을 수집·운반·처리를 하는 회사다. 그 결과 홈플러스, 대학, 대학병원 같은 새로운 거래처를 발굴했고, 20년 전 두 군데였던 기업 고객이 154개로 늘어났다.

전 세계가 ‘친환경’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분위기 속에, 권 대표도 환경전문기업 경영자로서 그 움직임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해 보연환경에너지라는 친환경 관련 법인을 세웠다”며 “폐플라스틱, 폐합성유지를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성형해서 시멘트 공장이나 제지 공장에 납품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대표적인 친환경 기업인 ‘이케아’와 계약을 체결했다. 권 대표에 따르면 대부분 기업이 최저가 입찰을 하는데, 이케아는 얼마나 친환경적인지를 가장 많이 따졌다고 한다.

“우리 회사는 사업장 주변에서 나오는 모든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폐기물처리 센터가 사업장과 멀리 떨어져 있으면 운송차가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데, 그 과정 자체가 환경을 파괴하는 원인이 되니까요. 우리 회사는 40년 넘는 업력을 가진 덕분에 잘 알려지지 않은 폐기물 처리 센터까지 꿰고 있어요. 실제 거래를 해봐야 알 수 있는 곳들이죠. 파지, 플라스틱, 유리 할 것 없이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에서 폐기물을 처리하겠다고 했더니 계약이 성사됐습니다.”


새롭게 확보한 거래처로 위기 극복


열심히 거래처를 다양화해온 덕분에 에코용마그룹은 코로나19 위기도 잘 극복했다. 배달 음식 수요가 늘어 가정용 폐기물은 증가했지만, 주요 고객인 기업체 사업장은 영업활동이 위축돼 폐기물 양이 상당히 줄었다.

 

그는 “가정용 폐기물 수거·운반 비용은 정액제라 폐기물량이 늘면 인원을 충원해야 하므로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며 “기업체 사업장 폐기물량의 감소는 재활용할 수 있는 폐기물의 판매금 감소로 이어져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병원 같은 새로운 형태의 거래처가 있어 마이너스 요인을 상쇄하며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고 권 대표가 덧붙였다.

20년을 쉼 없이 달려온 권 대표의 다음 행보는 뭘까. 그는 “지금은 사업 영역이 폐기물 수집·운반에 집중돼 있는데 앞으로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작업까지 갖춰 완벽한 one-stop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재활용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싶다고.

 

“재활용 산업은 매력적인 비즈니스입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리스크가 큰 업종으로 여기고 있죠. 초기 투자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종이를 만든다고 가정하면 펄프를 사용할 수도 폐지나 파지를 활용할 수도 있는데, 폐지와 파지의 가격 경쟁력이 그리 좋지 못하죠. 환경을 위해 정부가 재활용 산업에 지원을 많이 해주면 좋겠어요(.웃음)”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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