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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지방을 간다! - 문경시의 깜짝 변신 (2)


온 국민이 가장 걷고 싶은 황톳길이 있다. 바로 문경새재 아리랑 고개인데, 여기에도 문경만의 스토리가 있다. 문경은 명실상부한 길의 고장이다. 길은 뭇 생명이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면 교통(交通)이 된다. 백두대간의 한복판인 조령산은 충청북도 괴산군과 문경시 경계에 있는 높이 1017.m의 산으로 예로부터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잇는 영남대로의 가장 높고 험한 고개였다. 

옛 사람들은 큰 수레 두 대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도(道)로, 큰 수레 세 대가 지나가는 길을 로(路)로 구분했다. 대로(大路)는 수레 두 대가 서로 교차해 지나갈 수 있는 왕복 2차로를 말한다. 영남대로는 한양에서 부산 동래까지 내달릴 수 있는 조선시대 기간 축인 여섯 대로 중 하나이다.

문경새재


문경(聞慶)이란 지명의 유래도 문경새재에서 나왔다는 말이 있다. 이를테면 한양에서 영남으로 내려오는 수령이 처음으로 경상토 사투리를 듣는 곳이 새재였고, 과거시험을 보러 간 선비가 합격의 기뿐 소식을 가장 먼저 듣는 고개도 새재였기 때문이다. 이런 문경새재는 아리랑의 발상지가 되어 1981년 6월 4일 경북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문경새재 고갯길은 온 국민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문경에는 더 재미있고 독특한 이름의 길이 허다하다. 2007년 길 문화재 최초로 명승(제 31호)으로 지정된 토끼비리는 '토끼가 다닐 만큼 좁은 벼랑길'이라는 뜻으로 문경 오정산의 층암절벽을 깎아 만든 길이 1km, 폭 1m의 벼랑길이다. 토끼비리는 바위를 파서 만든 길이지만 워낙 많은 사람이 다니다보니 바위가 닳아 반질반질 윤이 날 정도라고 한다.

문경 아리랑


그리고 문경의 두번째 스토리는 바로 '문경새재 아리랑'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민요인 아리랑은 2012년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정선 아리랑,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등이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문경새재아리랑이 아리랑의 원조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문경새재 물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나간다..." 문경새재 아리랑의 첫 구절이다. 조선말 고종의 외교 고문이던 호머 헐버트(1863~1949) 박사는 1896년 서양식 악보로 문경새재아리랑을 처음 기록해 서양에 소개한 인물이다. 


헐버트 박사가 펴낸 <조선유기>란 잡지에는 'Korean Vocal Music'이란 제목으로 "아라릉 아라릉 아라리오 아라릉 얼싸배 띄워라/ 문경새재 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 다 나간다"라는 채보 기록이 나온다. 문경시는 이 기록을 바탕으로 문경새재가 오래전부터 서울과 영남지방을 잇는 연결로로 이용돼왔기 때문에 '아리랑고개의 원조'라고 강조한다. 



문경시는 이에 따라 아리랑을 문경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문경시를 아예 '아리랑 도시'로 선포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따. 이를 위해 아리랑세계화포럼이 주도해 서예로 아리랑가사 1만수 쓰기, 아리랑 열 두 고개 넘기 체험프로그램 만들기, 아리랑 무형문화센터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문경을 '아리랑의 허브도시'로 만드는 데 민관이 똘똘 뭉쳐 마음을 모으기로 했으니 조만간 문경은 아리랑 도시라는 또 하나의 스토리를 갖게 될 전망이다. 




문경이 석탄도시였던 스토리 역시 관광명소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문경시는 크게 보면 관광명승이 많은 문경읍과 도심인 구 점촌 시가지 지역으로 나뉜다. 옛 문경군청은 문경면 상리에 있었지만 1949년 4월에 문경에서 24km 떨어진 점촌리로 이전한다. 


이때부터 문경은 점촌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하게 된다. 문경은 1960~70년대에 석탄과 시멘트 산업이 발달하면서 부자도시로 이름을 날렸다. "지나가던 개도 돈을 물고 다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로 돈이 흔했으니 말이다. 문경ㆍ가은 방면에서 생산된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점촌역에는 화물열차가 부지런히 철로를 왕복했고, 객차에는 돈을 벌로 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인구도 늘어나면서 1986년에는 문경군의 일부였던 점촌읍이 따로 떨어져 나와 점촌시가 되었다.


관광도시 문경


하지만 이후 탄광이 하나둘 문을 닫자 점촌시는 쇠락하게 된다. 석탄산업의 쇠퇴로 인구가 줄고 위기를 겪었지만 문경출신 주민들의 애향심은 하나로 똘똘 뭉쳐 고향을 다시 일으켜세웠다. 1995년에 행정구역 개편이 이루어지면서 원래 하나의 행정구역이었던 점촌시와 문경군은 다시 하나로 통합해 지금의 문경시가 됐다. 문경시 안에는 지금도 구 점촌시와 문경읍이 공존하는데, 옛 점촌시 지역인 모전동에 문경 시청이 있고, 문경읍에는 소박한 문경읍사무소가 관광객들을 반긴다.


문경 레일바이크


비록 석탄 산업이 쇠퇴하면서 지역도 쇠퇴하긴 하였지만 이제는 관광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문경 관광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관광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말할 수 있다. 산림청이 선정한 대한빈국 100대 명산인 황장산ㆍ희양산 등이 자리하고 있으며 쌍용계곡, 용추계곡 등 원시림을 간직하고 있는 천혜의 경관도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다. 숲이 울창하고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정결을 이뤄 '문경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경북8경' 중 으뜸으로 꼽히는 진남교반은 빼어난 봄 풍광과 더불어 삼국시대와 조선시대, 근대, 현대 등 우리 역사의 발자취를 한꺼번에 돌아볼 수 있는 명소이다.

문경 촬영지


경관 뿐만 아니라 레포츠와 휴양의 천국이기도 하다. 폐광이 된 폐철로를 이용한 레일바이크(철로자전거), 몸에 좋은 광물성 물질이 많은 기능성 온천장, 사격장 시설을 활용한 관광사격장, KBS 인기 사극 <정도전>에 출연하는 탤런트들을 흔하게 볼 수 있는 문경새재 사극촬영장, 이글루와 스머프, 방갈로, 황토방 등 다양한 휴양시설과 지역 농특산품직판장이 있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머프 마을을 닮은 휴양시설은 가족단위 휴양객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먹거리 또한 인기를 끌고 있는데, 몸에 좋은 돌을 갈아먹인 기능성축산품인 약돌한우와 약돌돼지는 문경을 대표하는 먹거리가 되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문경 사과와 문경오미자는 오래전부터 문경이 자랑하는 건강식품이다.



탄광보다 더 돈이 되는 '먹고 살 길'을 찾아내 부자도시의 옛 영광을 회복해가고 있는 문경시는 옛걸들을 버려두지 않고 창조적으로 재활용하여 관광산업 중소도시로 설장하고 있다. <월간중앙>이 이번 '지방이 뛴다' 기획의 첫 번째 고장으로 문경에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폐광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해 광해관리공단과 강원랜드, 문경시와 문경시민이 투자한 공기업 성격의 (주)문경레저타운이 설립돼 문경의 관광산업을 이끌고 있다. 앞으로 수도권-충주-문경을 잇는 중부내륙철도가 건설되면 교통의 요리고 급부상 할 예정이니 나중에 문경을 꼭 찾아가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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