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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잘 나가던 백화점 상품권이 온라인에서 외면받는 이유!

우리나라 빅3 백화점인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은 각각의 상품권이 있어요. 백화점 상품권은 현금처럼 쓸 수 있어서 현금 대신 상품권을 선물하고, 또 선물 받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신세계 상품권을 제외하고는 온라인에서는 무용지물에 가까워 점차 쓸모없는 종잇장으로 전락하고 있어요.

 

추석 선물로 백화점 상품권을 권하고 있는 롯데백화점 모델들. / 사진:롯데쇼핑

 

추석 명절을 맞아 지인에게 현대백화점 상품권을 선물받은 주부 한모(35)씨는 백화점 온라인 사이트인 현대몰에서 상품권을 사용하려다 접었다. 분명 상품권에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적혀있었지만, 그 절차가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고객센터에서 알려준 방법은 두 가지. 백화점에 직접 나와 지류 상품권 금액을 온라인 예치금으로 바꾸거나, 상품권을 등기우편으로 발송하는 방법이었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한씨는 백화점 방문을 포기하고 상품권을 서랍 속에 던져두었다. 한씨는 “온라인몰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사용하기 어렵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며 “백화점 입장에선 상품권을 이미 돈 받고 팔아버린 상품으로 생각해서 일부러 못쓰게 하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특정 유통채널에서 현금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지류형 백화점 상품권이 점점 쓸모없는 종잇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족은 늘고 있지만, 종이 상품권은 온라인몰에서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빅3 백화점인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은 모두 오프라인 대형 매장 외에 온라인 백화점몰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롯데백화점몰, 현대백화점은 현대몰, 신세계백화점은 SSG닷컴을 운영한다. 온라인 쇼핑 거래가 증가하자 백화점도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계하는 옴니채널 서비스를 본격화한 것이다. 하지만 백화점의 상징과도 같은 상품권은 호환이 어려워 ‘무늬만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신세계百, 2015년부터 스크래치 상품권 도입

 

 

특히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상황이 열악하다. 두 백화점 상품권은 집 안에서, 손가락으로만 간단히 온라인 머니로 변경할 수 없다. 롯데백화점 상품권이 있는 소비자는 근처 롯데백화점을 방문해, 롯데카드센터에서 이름과 핸드폰 번호를 남기고 해당 금액을 ‘L포인트’로 변경해야 한다.

 

변경한 L포인트는 롯데백화점몰을 비롯해 L포인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으로는 애플리케이션 L포인트를 통해 상품권의 번호를 입력한 후, 해당 상품권을 등기우편으로 백화점내 담당자에게 보내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빅3 백화점 중 가장 까다롭다. 현대백화점 역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현대백화점 고객센터로 찾아가 신분증을 보여주고 현대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예치금으로 변경하는 방법이 있다. 이때 본인이 직접 가야 한다. 대리인이 신분증을 가져가도 변경할 수 없다.

 

두 번째 방법은 현대몰에서 구입하고 싶은 물건을 주문하는데, 이때 결제수단을 상품권으로 설정하고 주문을 신청한다. 그 후 백화점 상품권을 등기우편으로 보낸다. 4~5일 후, 검수가 끝나면 주문신청이 완료로 변경된다.

이때 상품권은 다른 상품권과 중복해서 사용할 수 없다. SSG머니와 L포인트 등으로 변경해주는 다른 백화점들은 다른 상품권과 자유롭게 중복해서 물건을 살 수 있지만 현대몰에서는 다른 상품권을 중복해서 사용할 수 없다. 또 주문에는 회원 주문과 비회원 주문이 있는데, 상품권 결제수단 신청은 회원 주문에서만 가능하다. 비회원인 소비자는 회원가입 후 상품권 이용 신청을 해야한다.

세 백화점 중 가장 매출 규모가 작은 신세계백화점은 백화점 상품권을 온라인몰에서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015년 업계 처음으로 스크래치형 상품권을 출시해 모바일로 SSG머니로 손쉽게 바꿀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 상품권 번호가 그대로 보이는 형태와 달리, 상품권 소유자만 스크래치를 긁어서 상품권의 고유 번호를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새로 제작했다. 스크래치가 없는 기존 상품권을 백화점으로 가져가면 스크래치형으로 교체해주는 등 신세계백화점은 상품권의 온라인화를 본격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 종이 상품권의 SSG머니 전환은 간단해졌다. 애플리케이션인 SSG페이에 접속한 후, 신세계 상품권을 선택하고 지류 상품권에 적힌 일련번호 13자리와 스크래치 제거 후 노출되는 6자리의 PIN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해당 상품권 금액이 SSG머니로 바뀌면 이용자는 SSG닷컴에서 바로 이를 사용해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단 5분 만에 끝낼 수 있다.


편리성은 신세계百-롯데百-현대百 순


상품권의 온라인몰 사용 편리함으로 따지면 신세계백화점 상품권이 가장 편리한 셈이다. 그 다음이 롯데백화점 상품권, 현대백화점 상품권 순이다. 최근 상품권을 온라인 머니로 전환해 가방을 산 신모(33)씨는 “공짜로 받은 쿠폰도 아니고, 돈 내고 구입한 상품권인데 불편함이 너무 크다”며 “상품권으로 백화점뿐 아니라 연계된 여러 온라인몰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광고해놓고서는 막상 사용할 땐 그 방법이 어려우니 속은 기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호환이 어려운 점에 대한 이유를 묻자,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같은 대답을 했다. 양 백화점 모두 “화폐 기능을 대신하는 만큼, 위조와 변조의 위험성이 크다”며 “안전한 사용을 위해 불편하지만, 이 같은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상품권의 온라인화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이 시스템을 바꿀 내부적인 아이디어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9월 이미 사용한 신세계백화점 상품권의 은박을 교묘히 다시 덮어, 새것처럼 위조해 판매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신세계백화점은 소비자들에게 상품권을 장외시장이 아닌, 공식 판매처에서만 구매해야 안전하다고 홍보한 바 있다.

백화점 업계의 관계자는 “위조, 변조 문제도 있겠지만, 내부적으로 온라인몰팀과 오프라인 매장팀이 구분돼 있기 때문에 서로 매출 경쟁으로 상품권 호환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며 “같은 상품이어도 비교적 저렴한 온라인몰로 백화점 상품권 사용이 몰릴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지류형 상품권 유통을 관리하는 오프라인 백화점팀이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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