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프로그래밍의 매력에 눈뜬 소년은 IT 기술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일찍 간파했어요. 올해 ‘포브스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에 이름을 올린 최훈민 테이블매니저 대표를 만나보았어요.
“보통 사람의 눈빛은 아니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사업에 뛰어든 만큼 어떻게든 성공시키겠다는 굳은 의지가 전해졌다.” 최훈민(25) 대표를 잘 아는 벤처투자가가 그의 첫인상에 대해 소회를 풀어냈다.
테이블매니저는 음식점의 예약 시스템을 디지털화하는 스타트업이다. 올해 1분기 테이블매니저를 통한 온라인 예약 건수는 11만 건으로 지난해 1분기 3만 건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최 대표는 “애플리케이션(이하앱)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만 건이 안 되는 동종업체들에 비해 압도적인 성장세”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현재 국내 1800여 개 음식점이 테이블매니저를 통해 예약관리와 고객관리 효율화에 도움을 받고 있다.
테이블매니저는 자체 앱을 만들지 않고 카카오, 네이버 등 사용자들이 익숙한 플랫폼에 서비스를 연동했다. 최 대표는 “매장과 고객을 빠르게 연결하기 위해서는 유저들이 가장 편하게 쓰는 UX를 활용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앞으로도 카드사, 통신사들과 제휴를 확대해 예약 가능한 채널을 늘려나가면서 외식업 운영 효율화를 지원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이블매니저의 성장세를 견인한 또 다른 요인은 지난해 선보인 인공지능(AI) 판매 수요 예측 프로그램이다. 호텔이나 항공업계가 당일 빈 방이나 빈 좌석을 싸게 판매하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일주일 전에 레스토랑의 예약 건수를 미리 예측해서 알려주는 AI 솔루션을 내놓은 것.
코로나19로 텅 빈 식당을 보고만 있어야 했던 외식업계 소상공인들에게는 단비 같은 지원이었다. 최 대표는 “AI 솔루션을 도입한 매장들 중에는 단기간에 수천만원 이상 매출을 올린 곳도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데이터 변수를 보완하기까지 개발에 3년 가까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2014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테이블매니저는 2017년 카카오와 네이버 계열 벤처캐피털(VC)인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 스프링캠프에서 시드머니 3억원을 유치하며, 네이버와 카카오가 동시에 투자한 스타트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2017년 45만 건이던 누적 예약 건수는 2018년 130만 건, 2019년 300만 건을 돌파하며 지난해 3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 누적 투자금 60억원 조달에 성공했다. 2019년 네이버 예약 플랫폼에 테이블매니저의 ‘즉시 예약 확정’ 솔루션이 연동됐고, 지난해부터 카카오톡의 챗봇 예약 서비스와도 연동되어 카카오톡에서 매장 예약과 변경이 가능해지면서 예약 건수가 수직 상승했다.
최 대표는 “지금은 카카오톡으로 예약 안내 메시지를 보내고 예약금을 받고,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예약하는 게 익숙하지만, 국내에서 이를 처음으로 시작한 곳이 테이블매니저”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국내 음식점의 온라인 예약률은 20%가 채 안 되는 실정이다. 외식업 분야는 아직도 IT 기술로 효율화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의욕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가 외식업계의 기술 혁신 필요성에 눈뜬 건 고교 시절 창업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부터다. 그는 당시 주목받던 RFID(무선 주파수를 이용해 대상을 식별하는 기술)를 외식업계에 도입하는 아이디어로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그러나 음식점들을 다녀 보니 IT 인프라가 한참 부족하다는 현실을 깨닫고 노선을 바꿨다.
발신자번호표시(CID)를 이용해 매장 전화기를 테이블매니저 시스템에 연결해 식당에 예약 전화가 걸려오면 누군지 알 수 있도록 하고, 전화를 받을 때 기존 고객이면 이전 예약 기록, 마지막 주문일 등이 조회되도록 했다. 또 실시간으로 예약일과 테이블 번호를 지정할 수 있고, 예약을 해두고 방문하지 않는 ‘노쇼(no-show)’ 고객도 쉽게 알아낼 수 있도록 했다.
최 대표는 학창 시절부터 남다른 행동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어릴 적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특별한 재능을 드러냈던 그는 IT 특성화고에 진학했다가 자퇴하고 다니고 싶은 학교를 만들겠다며 대안학교를 설립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경험하며 낡은 교육제도에 한탄하기도 했다.
또 교육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것은 10대 학생들에게 투표권이 없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창업 이후 전자투표시스템을 만들어 청소년 최초 가상 모바일 투표를 진행했다. 최 대표가 시작한 청소년 모의투표는 YMCA가 이어받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최 대표는 벤처기업협회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초기 스타트업들이 성장하려면 낡은 규제들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 작은 규제 없애기 운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최 대표는 “해외 기업들에는 적용되지 않는 규제들이 국내 기업들의 발목만 잡고 있다”면서 “싸이월드가 페이스북보다 먼저 만들어진 SNS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에 나가지 못한 이유는 주민등록번호, 외국인등록번호가 없으면 법적으로 회원가입을 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낡은 규제들을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
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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