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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금융계 대표 ‘흙수저’ 애널리스트인 이 사람은?

하나 대투증권 부사장이었던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증권업계에서 ‘족집게’ 애널리스트로 불려요. 2001년과 2020년을 예측한 경제 전망이 딱 맞아떨어졌어요. 흙수저 출신인 그는, 성공은 땀과 노력이 비례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에요.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1~2년 내 글로벌 경제위기 가능성을 예측하며 시대 흐름을 읽어야 부를 축적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어렸을 적, 산에 나무가 없어 풀을 베다 말려서 땔감으로 사용했다는 그는 집안 사정으로 중·고등학교에 가지 못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검정고시로 대학에 진학했다. 금융업계에 취업해 한우물만 파고들어 애널리스트로 20년간 이름을 날렸다. 족집게로 불리기도 하지만 9·11 테러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겸손해했다. 6월 24일 서강대학교에서 김 교수를 만나 한국 주식시장을 포함해 세계 경제 동향을 물어봤다.

금융계 대표 ‘흙수저’로 불린다고 들었다.

“시골에서 태어났다. 제가 1958년생인데 그때 1인당 국민소득이 81달러였다. 중학교 갈 무렵에는 260달러였다. 제가 사는 동네의 절반 정도가 등록금이 없어 중학교에 가지 못했다. 땔감도 없어서 산에서 풀을 베서 말리고 그것으로 밥을 해 먹고 농사짓던 시절이었다. 언젠가 산에서 풀을 베고 내려오는데 친구들이 하늘색 저고리에 쑥색 반바지 차림의 교복을 입고 지나갔다. 그때 정말로 교복이 입고 싶었다. 알아봤더니 교회에서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공부를 가르치더라. 책상도 없는 교회 마룻바닥에서 공부를 시작했고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봤다.”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왜 기업이 아닌 금융업계를 택했나?

“큰 조직에 들어가면 제 능력을 발휘하기보다는 조직의 한 사람, 시스템의 한 부분밖에 안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일한 만큼 보상받고 평가받으며 이름까지 알려지는 취업자리였다. 다른 기업체를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제 능력을 한번 자유롭게 펼쳐보고 싶어서 증권사 리서치센터로 취업을 하게 됐다. 당시에는 금융업 종사자가 1등 신랑감이기도 했다.(웃음)”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누구보다도 경제 전망을 잘 예측했다.

“제가 유명해진 것은 9·11 테러였다. 2000년 말에 2001년 경기를 전망하는데 당시 소속 회사의 투자전략실장은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제가 만든 경제분석 모델에 따르면 2001년 9월에 주가 폭락이 예상됐다. 주가 폭락 후 연말에는 주가가 급등하는 예측치도 나왔다. 그런데 9·11 테러로 주가가 폭락했고 그해 연말에 급등했다. 제가 예측한 대로 주식시장이 흘러가니 주요 언론에서 ‘족집게’라면서 저를 자주 찾아줬다.(웃음)”

김 교수는 2018년 발간한 책에서 2020년 상반기에 우리 경제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가 어려워졌고 김 교수의 예측은 또다시 주목받았다. 김 교수는 구체적 개별 사건은 예측할 수 없으며 경제 동향이라는 흐름에서 예상하지 못한 사건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경제 예측과 9·11 테러, 코로나19는 전혀 다른 문제 아닌가.

“미래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제가 하는 일은 여러 분석 모델을 만들어 경제 전망 결과가 좋게 나오면 무슨 좋은 일이 생길지 상상하는 것이고, 예측치가 좋지 않으면 어떤 나쁜 사건이 발생할까 상상하는 것이다. 당장 다가오는 3분기도 제 분석 모델은 좋지 않게 나온다. 그래서 저는 어떤 안 좋은 사건이 또 발생할지 상상을 한다. 전쟁, 바이러스, 내전, 쿠데타 등 세계 각국의 뉴스 등을 보며 어떤 나쁜 일이 발생할지 생각해본다.”


영업이익률·이자보상비율·부채비율을 보라


경제가 좋다고 모든 주식 종목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는 어떤 곳에서 정보를 얻어야 하는가.

“경제 동향이나 종목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각 회사의 리서치센터 자료를 보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금융·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이 종목별로 보고서를 작성한다. 동일한 종목도 여러 애널리스트가 분석을 한다. 이런 보고서는 보통 ‘Sell(매도)’·‘Buy(매수)’·‘Neutral(중립)’로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보통 ‘Sell’은 내놓지 않는다. 주식을 팔라는 의미니 기업에서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해서다. (웃음) 그래서 통상 ‘Neutral’로 표시한다. 간혹 어떤 애널리스트가 ‘Strong Buy’ 의견을 표시하는데 그런 종목은 투자를 고려해도 좋다. 웬만한 자신감이 없으면 ‘Strong’을 쓰지 않기 때문에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

기업 분석의 기초인 재무제표에서 필수적으로 봐야 하는 항목은?

“어떤 사람은 외국인이 사니까 나도 산다고 말한다. 주식을 하려면 재무제표를 이해하고 볼 줄 알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영업이익률을 살펴봐야 한다. 또 망하지 않을 회사를 찾으려면 이자보상비율이 최소 200%가 넘어야 한다. 업종별로 다르지만, 부채비율이 낮은 회사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재무제표는 과거의 자료다. 2021년에 보는 재무제표 자료는 2020년 자료다. 과거의 자료를 보고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

매출액 대비 순수 영업이익 비율이 영업이익률이다. 이자보상비율(금융비용보상비율)이란 영업활동으로 번 현금수입액으로 금융 비용을 얼마나 충당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비율을 뜻한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이하면 영업 활동으로 금융 비용(이자)도 충당하지 못하는 경영 상태를 의미한다. 부채비율은 부채 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이다.

‘주린이’를 위해 조언을 해준다면…

“요새 20~30대가 주식을 많이 하는데 지난해에는 시장 상황이 좋으니 다들 돈을 벌었다. 그런데 눈여겨볼 점이 있다. 제가 연령대별로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20~30대의 수익률이 굉장히 낮았다. 작년에 코스피가 31% 올랐는데 20대 평균 수익률이 12%였다. 왜 낮은가 살펴봤더니 20대들의 투자 금액이 적었다. 축적된 자금이 적고 돈이 없으니 신용대출을 이용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를 했는데 신용대출 이자가 5%에서 9%다. 수익을 내는 것도 어려운데 높은 이자율과 원금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니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신용투자, 단기투자를 지양할 필요가 있고 적은 돈이라도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20대의 경우 소위 ‘몰빵’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 아니면 도’ 전략이 아니라 최소 5개 종목 정도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주린이 단계를 넘어선 투자자가 고려해야 할 부분은?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한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대략 3% 정도인데 코스피의 기대수익률이 4~5%다. 지금 은행 이자가 1% 선인데 코스피 기대수익률은 굉장히 높은 수치다. 이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보다는 은행 이자율보다 높은 코스피 기대수익률로 만족하면서 기대감을 낮춰야 한다. 그래야 마음 편히 오래갈 수 있다. 60대 이상 투자자의 수익률이 높고 안정적인 이유는 기대수익률을 낮추면서 장기투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


기대수익률 낮추고 장기·배당 투자 고려해야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가 J포럼에서 강연하는 모습. 김 교수는 은행 금리보다 높은 코스피 기대수익률을 언급하며 투자자 개인의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배당투자에도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팁이 있다면.

“배당 수익률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주식 시장에서 4~5% 배당을 주는 회사가 많다. 저는 개인적으로 은행에 돈을 맡기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은행 이자 수익률이 1% 선인데 은행에 저축할 돈으로 배당을 주는 회사의 주식을 샀다. 통상 배당주는 대형 회사들인데, 10년 이내에 망하지 않을 회사를 선택해 배당 투자도 고려해야 한다.”

김 교수는 특정 종목에 투자하는 방법과 거시적 경제 흐름을 분석해 투자하는 상품인 ETF에도 분산투자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TF는 특정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를 일컫는다.

어떤 경제지표를 보면 거시적 경제 흐름을 살펴볼 수 있나.

“제가 가장 관심 있게 보는 지표는 일평균수출금액이다. 이게 우리 주가와 상관계수가 0.84다. 거의 같은 방향이다. 우리나라는 수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수출이 잘된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 경제가 좋다는 의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매월 1일 발표하는 수출입통계도 살펴본다. 우리나라의 수출이 늘어난 지역은 경제가 좋아진다는 뜻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제칼럼니스트가 한국 경제를 일컬어 ‘세계 경제의 풍향계’라고 한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는데 ‘하반기’에 위기가 올 것이란 예측도 했다.

“반려견과 산책하는 주인에 비유해보면 반려견이 주가이고 주인이 경기다. 제가 평가해보니 지난 5월 기준으로 주가가 33%나 경기보다 앞서가고 있다. 개(주가)가 주인(경기)보다 너무 앞서 있다. 그러면 주인(경기)이 빨리 뛰어야 하는데 수출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그렇게 빨리 뛸 수는 없다. 개(주가)가 주춤하든지 뒷걸음질해야 하는데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올해 3분기에 위기는 아니어도 10% 선에서의 주가 조정이 예상된다.”

금리 인상 가능성, 높은 부채 비율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도 있는데.

“본격적인 위기는 내년 하반기라고 본다. 2008년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지난해 코로나19를 겪으며 각 정부의 중앙은행이 돈을 많이 풀었다. 그렇다 보니 각 경제 주체의 부채가 너무 급격히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분기 기준 기업부채가 GDP 대비 111%다. 외환위기였던 1997년에 107%였다. 외환위기 때보다 높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가계부채가 107%로 사상 처음 GDP 대비 100%를 넘어섰다.”

자세히 설명해달라.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 보고서를 보면 중소기업의 50%가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이다. 1년 동안 영업이익을 내서 이자도 갚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25%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저금리이기 때문에 버티는 형국이다. 금리가 오르면 많은 기업이 견디지 못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위기가 왔을 때 과거에는 정부가 건실해서 돈을 많이 쓸 수 있었다. 쉽게 설명하면 금리를 내려서 돈을 풀고 소비 투자를 부양했다. 그런데 지금은 금리가 낮으니 내릴 여지도 없고 돈을 풀어도 가계·기업의 부채 비율이 높아서 소비 투자를 많이 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 위기는 더 심각한 수준이 될 것이다.”


“하반기 주가 조정 거치고 1~2년 내 경제위기 올 것”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투자자들이 기업 재무제표에서 영업이익률·이자보상비율·부채비율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는 미국 주가에 영향을 받는다.

“지금 미국의 주가가 너무 거품이다. 버핏지수를 보면 현재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GDP 대비 317%다. 미국이 1952년부터 버핏지수를 발표했는데 평균이 107%다. 2000년대 미국의 정보통신 분야 거품이 붕괴하기 직전에 200%였다. 지금은 317%로 역사상 가장 큰 거품이 발생했다. 아울러 미국 가계 자산 중 주식 비중이 1분기 현재 52%다. 2007년 금융위기가 오기까지 49%까지 올라갔다. 지금은 저금리로 이 상황을 유지하고 있지만, 금리가 오르면 부채 상환과 자산 가격 거품 문제가 터진다. 저는 그 위기가 내년 하반기라고 본다. 시기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1~2년 내 위기가 오리라고 본다.”

미국 금리인상·테이퍼링(양적완화정책축소)과 인플레이션 우려도 나온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6월 회의를 보니 2023년에나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했는데 제가 보기에는 그 시기보다 훨씬 빠른 내년 상반기로 예측한다. 이유는 현재 미국 경제가 너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미 정부가 작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GDP의 25%에 해당하는 돈을 풀었다. 그리고 향후 사회간접투자로 4조 달러를 쓴다고 했다. 시중에 많은 돈이 풀리니 자산 가격에 거품이 생기고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공급 측면에서 인플레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영향을 받는 구조이니 우리 정부와 미국이 내년 상반기 이전에 금리를 최소 두 차례 정도 인상하리라고 본다.”

인터뷰가 진행된 6월 24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내년 추가 인상도 예고했다. 이 총재는 “지금의 통화정책은 상당히 완화적이며 기준금리를 한두 번 올려도 통화정책 기조는 완화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가올 위기를 대비해 자산 비중에서 현금 비율을 30~40% 정도로 높일 것을 조언했다.

가상화폐 시장도 짚어본다면.

“현재는 가상화폐 시장의 거품이 붕괴하는 과정이다. 그렇다고 가상화폐가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변동성이 워낙 심해서 자산의 5~10% 비율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금은 투자 시기가 아니다.”

김 교수는 애널리스트로 20년 동안 활동하다 보니 ‘부자’를 많이 봐왔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부자의 공통점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통찰력이었다. 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5000억원대 자산가가 하는 말이 있다. ‘시대에 당하지 말자. 개인에게 당하면 자산의 일부를 잃지만, 시대에 당하면 전체를 잃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종목을 고르더라도 위기가 오면 주가는 같이 떨어진다. 일희일비하면 기회와 위기를 구분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대의 흐름을 아는 것이다. 시대를 읽으면 부(富)도 자연스레 따라온다.”



글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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