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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중기부의 ‘존경받는 기업인’은 ‘셀프 추천’이 가능하다고?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정책사업인 ‘존경받는 기업인’에 선정된 수상자들 대부분이 스스로 본인을 ‘셀프 추천’한 것으로 드러났어요. 게다가 선정절차 중 하나인 평판 검증도 지난해까진 스스로 자가검증하는 방식이어서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에요.

 

홍종학 전 중기부 장관(왼쪽에서 세번째)과 출연진들이 2018년 11월 KBS1 특집 프로그램 ‘사장님이 미쳤어요’ 스튜디오에서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정책사업인 ‘존경받는 기업인’에 선정된 수상자들 대부분이 스스로 본인을 ‘셀프 추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선정절차 중 하나인 평판 검증도 지난해까진 스스로 자가검증하는 방식이어서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게서 최근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존경받는 기업인' 선정자의 약 90%가 ‘직접 신청’이었다. 그간 선정된 총 59명의 기업인 가운데 52명(88%)이 스스로 본인을 존경받는 기업인에 신청했다. 그 외 기관 추천은 6명(10%), 국민 추천은 1명(2%)에 그쳤다. 
 
'존경받는 기업인' 정책사업을 시작한 첫 해에 선정된 1기(2016년) 12명 중 셀프 추천이 11명, 기관 추천은 1명 뿐이었다. 2기(2017년) 14명, 3기(2019년) 10명은 모두 셀프 추천으로 선정된 기업인이었다. 4기(2020년)에선 11명 가운데 8명이 셀프 추천이며 기관추천은 2명, 국민 추천은 1명에 그쳤다. 올해 5기 12명 중에선 9명이 셀프 추천이며 기관 추천은 단 3명이었다. 
 
'존경받는 기업인' 사업은 근로자와 이익을 공유하고 인재 육성에 힘쓰는 성과공유 기업을 정부가 선정해 지원함으로써 사람 중심의 투자 문화를 중소기업에 확산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미래성과공유제 정책사업이다. 당시 중소기업청은 이를 위해 사업 첫 해인 2016년 임영진 성심당 전 대표 등 12명을 모범 기업인으로 삼아 ‘미래를 이끌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명명했다. 이어 중소기업청이 중기부로 승격하면서 홍종학 전 장관이 취임한 2017년부터 본격 추진됐다. 
 
'존경받는 기업인' 사업에 선정되는 기업에겐 ▶중기부 60여개 사업 참여시 일자리평가 가점(20점) ▶중진공 정책자금 일자리 창출촉진자금 신청자격 ▶병역지원업체 신청시 가점 ▶TV 방송 프로그램 홍보 제작‧방영 ▶중기부장관 표창 ▶존경받은 기업인 중 성과공유기업 인증을 받으면 경영성과급 지급액의 10%에 대한 법인세 감면과 근로자 소득세 50%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기업 방문해 임·직원에게 '사장 평가'를 받는다?

 

이같은 혜택 때문인지 신청자 대부분이 직접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존경받는 기업인' 신청·접수와 선정 현황을 보면 신청인 총 735명 가운데 직접 신청(셀프 추천) 비율이 67%(494명)에 이른다. 기관 추천 30%(218명), 국민 추천 3%(23명)은 상대적으로 적다.
 
구체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인'의 신청·접수자 구성은 2016년에는 244명으로 기관 추천 139명, 직접 신청 105명으로 비슷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직접 신청이 기관 추천이나 국민 추천보다 많았다. 2017년~2020년 해마다 직접 신청자 수가 기관·국민 추천자 수보다 약 3배 많았다. 올해는 직접 신청이 125명으로 기관·국민 추천 22명보다 무려 6배 가량 많은 규모다. 
 
이들 신청인에 대해 ▶서면평가 ▶현장평가 ▶평판검증 ▶발표평가 등을 거치는 '존경받는 기업인' 선정 과정도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장평가는 최고경영자(CEO) 의지, 일자리 양‧질, 교육훈련 등을 평가지표로 삼고 임‧직원 인터뷰를 평가에 반영한다. 임·직원 인터뷰는 외부 평가위원이 기업 현장을 방문해 이뤄진다. 하지만 내용과 진행방식이 아무리 좋아도 객관성과 신뢰성이 낮은 평가 방법일 수 밖에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김정재 의원은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기업의 사장에 대해 부정적인 인터뷰를 자신 있게 할 임‧직원이 과연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선정 과정에서 평판검증은 지난해까지 인터넷 조사와 자가 체크리스트(점검표)가 전부였다. 자가점검표는 신청 기업인이 자신과 관련해 소송‧고소‧분쟁 등은 없는지 스스로 자가 검증하는 설문조사다. 중기부가 '존경받는 기업인' 사업의 수상자를 기업인들이 본받아야 할 ‘모범적 기업인’ 또는 ‘미래를 이끌 기업인’으로 명명한 것과는 다소 모순된 절차다.  
 
이 때문에 신청자 본인이 스스로 자신을 존경받는 기업인이라고 추천하고 스스로 평판 검증까지 하는 것은 정책사업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존경받는 기업인인데 알고 보니 셀프 추천으로 인한 선정이 대부분이었다”며 “선정 방식에 임‧직원 인터뷰가 포함돼 있어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업인이 선정되도록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는 “'존경받는 기업인' 선정 방식을 올해부터 공개 검증과 지역 평판 조사로 개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하늬 기자 kim.ho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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